7명이 사망하는 등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 사고는 인재다. 불이 붙은 방에 투숙객이 없어 담뱃불 등 실화보다 누전 등이 요인일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지은 지 20여년이 된 호텔이어서 전선 노후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 이 호텔이 6층 이상 신축 건물에 대해 층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2017년)되기 전에 지어져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화재에 취약한 낡은 건물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고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된 것은 인재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국민들이 가장 놀란 건 소방서 에어매트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이다. 부천소방서는 현장 도착 즉시 에어매트를 설치했고 7층 객실에 있던 여성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 그런데 여성이 모서리 쪽으로 떨어져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이후 뛰어내린 남성이 땅에 부딪히면서 둘 다 사망했다. 많은 이들이 영화나 드라마 혹은 교육을 통해서 에어매트를 ‘생명매트’로 알고 있다. 희생자들도 에어매트를 보고 ‘살 수 있다’고 여겼을 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소방서에 따르면 해당 에어매트는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살 수 있게 제작됐다. 전문가들은 모서리 쪽에 사람이 떨어졌다고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이 에어매트는 18년 전에 지급받아 사용 가능 기간(7년)이 지났다. 법적 심의를 거쳐 계속 써왔다는 게 소방서 주장이지만 내구성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설치할 때 실수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화재 현장에서 에어매트 불신이 생긴다면 혼란과 공포가 극에 달해 안전 대피가 어려워지고 생명에도 위협이 된다. 원인 규명과 시정 조치가 신속해야 하는 이유다.정치권은 뒤늦게 “스프링클러가 의무 설치되지 않은 건물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 “에어매트가 뒤집힌 이유를 밝히겠다”고 나서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 수도 없이 지적된 노후 건물의 소방시설 부실을 여태 외면하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야단법석이다. 정치권의 직무 유기다. 예산 부족으로 소방당국은 장비 교체 및 점검을 망설이고 관내 정기 화재점검도 충실히 못하는 형편이라 한다. 예산 사정이 어려운 건 이해하나 목숨을 걸고 남을 구하는 직종에 대해선 지원에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이런 민생분야부터 세심하게 살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