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으로 투자)로 인한 2분기 가계 빚이 1896조2000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96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말(1천882조4천억원)보다 13조8천억원 많을 뿐 아니라,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3개월 새 13조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렇게 된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한다면서 주택 매입 관련 정책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2%대 금리인 디딤돌대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15조원이 풀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의 2배다. 금리가 1%대인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시 5개월 만에 6조원 가까이 대출이 나갔다.
정부는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을 계속 완화했는데, 대출을 받으라고 독려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대출 규제까지 완화하는 악수를 뒀다. 당초 7월 시행 예정이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갑자기 두 달 연기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규제 시행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렸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뒤늦게 가계빚을 잡겠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냉온탕을 오가는 정책으로 효과만 반감시켰다.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디딤돌대출 금리를 0.2~0.4%포인트 올린 데 이어 20일에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는 2단계 DSR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75%포인트 대신 1.2%포인트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집값 급등에 화들짝 놀란 나머지 일단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향후 집값이 주춤할 것 같으면 또다시 정책대출을 풀고 금리를 낮추라고 은행을 압박할까 걱정이다. 이런 식으로 정책에 일관성을 잃으면 가계빚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특히 시장 예상대로 미국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행 역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따라서 낮출 가능성이 크다. 금리까지 낮아지면 가계빚은 족쇄가 풀릴 수 있다. 정부는 미리 주도면밀한 대책을 세워둬야 한다. 실수요자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투기 수요를 타깃해서 정밀한 대출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 영끌족들의 빚투로 인한 가계 빚 1900조를 어떻게 타개해낼지 정부의 묘책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