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렸다. 분명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엄청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것이란 낭보를 들었을 때 포항시민을 넘어 대한민국국민으로서 희망과 자부심에 들뜬 마음이었다. 그런데 올해 말부터 시추 탐사 작업이 본격화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출입 항구로 지척의 영일만항 대신 훨씬 멀리 있는 부산신항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내심 속상했지만 인프라의 차이이기도 하고 나라를 위한다고 하니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다음을 기약하자 싶었다. 그런데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심포지엄이 부산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고 포항시민으로서 자존심도 상해 밤늦게 글을 써 올린다.부산에서 개최되는 석유 탐사 관련 심포지엄은 여러 측면에서 재고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인프라가 부족해 개발 자원 기지를 부산항에 내줬다 하더라 학술적인 성격의 심포지엄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것은 포항시민의 입장으로 봤을 때는 지역이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포항이 이 행사에 대한 최적의 장소라는 점이 무시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포항은 지진의 아픔을 겪은 도시로, 석유 탐사와 시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다. 그렇기에 이번 행사가 부산이 아닌 포항에서 열리는 것이 타당하다.석유 탐사와 시추에 따른 지진 발생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발제가 이번 행사에서 포함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포항 지열발전소 프로젝트는 자원공학과 전문가들 간의 협업이 지진이라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는 이들 위주로 다시 모여 진행하는 행사는 그 자체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행사에서는 지진 안전성 확보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논의되어야 함에도 빠져있다.포항 시민들이 겪고 있는 지진 트라우마를 고려한다면, 석유공사는 탐사와 시추 과정에서 지진 발생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대책도 함께 발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런 대책이 준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는 포항 시민들에게 또다시 불안감을 조성할 뿐 아니라, 석유공사와 정부가 포항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더욱이 이번 행사가 포항이 아닌 부산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은, 정부나 석유공사가 포항을 그저 석유 개발 프로젝트의 들러리로 여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셈이다. 포항은 이미 지열발전소로 인해 지진의 고통을 경험한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탐사와 시추와 관련된 논의가 포항이 아닌 부산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포항이 이 과정에서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포항이 지진으로 입은 상처를 다시 건드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같은 사업에서 포항이 배제되지 않도록, 그리고 석유 탐사와 시추와 관련된 행사가 포항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포항의 입장을 배려하는 결정은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할 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지역 사회의 안전과 발전을 진정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신뢰를 줄 것이다. 결국, 이번 행사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은 단순한 장소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포항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간과하고,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포항이 소외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이번 행사와 같은 중요한 논의는 포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포항 주민들이 다시 한번 외면당하는 느낌을 받지 않을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