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창 안동시장의 시정 스타일은 한마디로 능력 본위에 바탕을 두고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징계나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오로지 정책으로 승부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잘못한 건 시장이 책임지겠다는 자세다.
하지만 변화 앞에 언제나 그랬듯 여기저기서 반발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책과 민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공직사회 한쪽에서는 공무원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는 뒷말이 나온다. 시의회는 시의회대로 시의원의 이익을 존중하는 관례를 깨어버린 시장을 상대로 대립각 세우기에 바쁘다.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소위 유지 그룹 내의 여론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장이 전임들처럼 자신들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는다는 어깃장 속내에는 이들의 역할이 예전만 못하다는 불만이 숨겨져 있다. 모두가 시장이 새벽 댓바람부터 현장을 누비며 직접 민원을 챙기고 해결하다 보니 생긴 새로운 현상이다.
웃지 못할 해프닝 같은 이야기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위에서 권기창시장에게 정치력을 발휘하라고 조언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표 먹고 사는 선출직 시장이 굴신과 타협 대신 올바름이란 대의를 선택했을 때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미래 안동발전과 지방자치의 정착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지금과 같은 뚝심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를 바라는 격려의 응원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대의를 아끼는 이들은 원칙을 장착한 권기창 식의 변화와 개혁이 잡음을 내기는 하지만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기다려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능력과 열정이 있다면 소위 원칙이라는 권기창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국가산단을 유치하고 유네스코 지정 유산 3대 카테고리를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석권하는 등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하게 입증했다는 것이다. 부당한 타협이 아니라 단단한 원칙만으로도 새로운 서사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만 지켜봐 준다면 권기창식 개혁과 변화라는 시도가 멀지 않은 시기에 지방자치의 롤 모델로 꽃 피는 날이 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