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에 앞서 야당은 지난 주말 방송통신위원회법과 방송법 개정안도 단독 처리했고, 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도 지난 30일 마찬가지로 처리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당론으로 추진한 `방송4법`을 모두 통과시켰다. 왜 그토록 방송4법을 일사천리로 밀어부칠까. 아마도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방송4법`은 KBS, MBC, EBS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단체 등에 부여하는 게 주요 골자다. 법이 시행되면 언론 노조와 야권 성향 이사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반영구적으로 장악할 수 있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방송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여당은 `방송장악법`이라며 반대했고 대통령도 지난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도 야당은 이번 국회에 다시 이 법안을 들고나와 의석수로 밀어붙였다. 처리 과정은 똑같다. 야당의 일방적 본회의 상정, 여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24시간 이후 토론 종결, 야당 단독 표결 순서로 반복되고 있다. 외교안보와 민생경제 분야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방송4법에만 정치력이 소모된 것이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겠는가.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떨까.민주당은 방송4법 강행 명분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독립성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줄 국민은 많지 않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당시 여당일 때는 같은 취지의 법안에 대해 5년 내내 처리를 미뤘다. KBS, MBC 사장 인사권을 놓기 싫어서다. 이제 야당이 됐다고 180도로 입장을 바꾸겠다면 진정성이 없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 구도가 친야에서 친여로 바뀌는 것을 막겠다는 정치적 계산만 드러낼 뿐이다. 누가봐도 억지다. 민주당이 방송사 지배구조에 집착할수록 공영방송은 정치의 종속변수로 전락한다. 언론 자유는 더 위축되는 결과도 낳는다. 여야가 함께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방송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