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첫날부터 파행을 거듭해 온 22대 국회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여야는 ‘방송 4법’을 둘러싸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며칠째 계속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법안 ‘강행 처리’의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대치는 토요일 밤과 일요일 새벽을 가리지 않고 계속됐는데 민생 입법을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민생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정치권이 그야말로 ‘그들만의 정치’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참으로 꼴불견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8일에도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이 법안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방송법안, 조만간 표결할 예정인 한국교육방송법안과 함께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법이다. 앞서 야당은 지난 26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늘리는 방통위법안을 단독 처리했고 여당은 그 전날부터 필리버스터로 맞섰었다. 이런 극한 대치에 대해 여야 모두 ‘방송 장악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여당이, 통과되면 야당이 방송을 장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공영방송을 놓고 정치권이 서로 ‘장악’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게다가 그 저지라는 게 국민을 위한 저지라기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저지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이들 법안이 민생 입법을 제쳐두고 이렇게까지 이전투구를 벌일 시급한 사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2대 국회가 들어선 지 두 달이 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민생 법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이런 대치는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강조한 ‘우선 할 것은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 정치’라거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민심과 국민 눈높이에 반응하는 정치’라는 언급에 비춰서도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방송 4법에 대한 본회의장 사회를 거부하면서 정치권이 ‘증오의 굿판’ ‘바보들의 행진’을 벌이고 있다고 한탄했을까. 여야는 이런 소모적 정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방송 4법이 본회의를 다 통과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하다. 윤 대통령은 이미 21대 국회 때 방통위법을 제외한 방송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여야 지도부는 더는 ‘도돌이표’ 입법으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속히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정치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진짜 민생입법부터 통과시켜라. 민심의 아우성이 안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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