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33대 보건복지부장관의 차녀 손원평 작가가 <아몬드>를 출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르긴 해도 다독, 다작, 다상량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10년의 시간,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그 시기동안 쉼 없이 쓰고 퇴고하는 인고의 과정을 거쳤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인고의 시간이 없었다면 그의 최대 히트작인 <아몬드>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거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 하다. 굳이 사견에 불과한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연출과 출신이다.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국내 최고의 영화예술교육기관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영상매체를 제작하기 위해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수준 높은 교육 커리큘럼과 훈련을 통해 글로벌 영화제에서도 크고 작은 성취를 일구어냈다. 손원평 작가가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일 수 있는 이유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영화예술교육기관이지만, 입시요강에서 전문성, 학위, 성별을 따지지 않는다. 심지어 연출 분야에서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촬영된 영상을 준비해야 하기도 하지만, 영상의 화질과 구도, 영상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는다. 오직 영상과 연출에 대한 이해와 감각만을 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수험생의 내신 성적이나 봉사활동, 자격증 유무 등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되는 일반 입시와는 달리, 작품의 이해와 분석능력, 복잡한 인간심리의 풍부한 표현 등이 시험 평가의 절대다수를 차지할 뿐, 그 외 요소들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의 의견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故이어령 교수는 창의력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이를테면 360명을 일렬로 세워놓고 달리기를 시작하면 1등부터 꼴찌까지 있는 반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나가도록 한다면 모두가 1등이 된다는 식이었다. 탁월한 창의력이 요구되는 글쓰기에서 이보다 적절한 예는 없을 듯 하다. 글쓰기가 다양한 창의력을 요구하는 수준 높은 창조예술이라는 점을 돌이켜 생각해본다면, 낮선 만남은 기회라는 말이 이해가 될 것이다. 사람, 경험, 업무, 프로젝트 등 어떤 것이든지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세계와 조우하는 것과 같다. 글쓰기에서 낮선 경험을 만나는 것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원고를 끊임없이 써내려갈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쌍둥이조차도 염색체의 형태는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고 한다. 세상에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듯이, 세상에 똑같은 형태의 글도 없다. 낮선 만남을 두려워 하지 말자. 낮선 만남 그 자체에서 창의성이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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