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당 대표 경선이 한마디로 가관이다. 국민과 당원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김건희 여사 문자를 읽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답장하지 않은 것이 배신이냐 아니냐를 두고 유치원생 같은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당 대표 선거 이슈가 김여사 문자라는 것 자체가 비정상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련의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선거가 아무리 떨어지면 대안 없는 싸움이라고 해도 여권의 당 대표 선거가 이렇게 막가파로 흘러간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영부인의 개인 문자가 선거에 오용되는 것은 대통령은 물론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이다. 전작에 이미 김건희 여사의 악재가 경쟁적으로 신문방송에 보도되고 있는 현실에서 잘못 굴러가면 판도라 상자가 될 수 있는 문자가 공개된 자체가 이유를 불문하고 정부 여당의 패착이다. 더구나 그 내용이 총선 당시 영부인의 사과 문제를 두고 유력주자와 진실 공방을 벌이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며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건은 보수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이 문자를 누가 무슨 의도로 언론에 공개했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가다간 선거 패배가 확실한 후보 측이 이 판을 흔들기 위해 김여사의 문자를 선거판에 끌어들였다면 대통령과 영부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행동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자산도 산산조각낸 무모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 해도 정부 여당이 공멸할 수 있는 카드를 빼던 처사는 성공을 위해서는 가족이 마시는 우물에조차 독을 풀 수 있다는 병적 욕망론자의 내면 표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이 아니라 혹여,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대통령의 격노를 기화로 누구는 막고, 누구는 돕는 차원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나 대통령 측근이 이 문자를 언론에 흘렀다면 돌이킬 수 없는 정무적 판단 오류가 아닐 수 없다. 국민 대다수가 수직적인 당·청 관계를 청산하고 청년과 중도층 그리고 수도권의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의 변모를 주문하는 상황에서 배신론을 아무리 부추겨본들 구태로 비칠 뿐이다.   대통령이 자주 격노하는 현실에서 참모들이 VIP의 심기만 헤아리려고 한다면 이 나라는 또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 여당 내에 위기관리 시스템이 마비되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합리적 대안을 창출하는 능력마저 상실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상태로는 계속해서 정부 여당 내에 리스크만 잔뜩 쌓여갈 것이고 수습하려다 허송세월만 보낼 것이 자명하다. 이제라도 정답을 찾을 수 있는 통찰력과 바른말을 할 줄 아는 강단 있는 참모를 대통령 곁에 두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대통령 자신이 바뀌는 것이다. 역사를 바라볼 줄 아는 눈을 장착하고 현재와 미래로 나아가야 진화하는 정부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발을 단단히 이 땅에 딛고 눈은 언제나 역사를 바라볼 때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것도 역사의 가지가 아니라 줄기로 걸어갈 때 미움과 사리를 뛰어넘을 수 있다. 흘러가는 대하의 강물처럼 융융하게 친소가 아니라 대의에 몸을 실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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