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ㆍ정다원기자]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의 사망사건으로 해병대가 심각한 내분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일부 해병 예비역들은 채 상병 특검을 반대하고 나서는 한편 또다른 일부는 특검을 찬성하고 나서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해병대가 둘로 쪼개질 상황에 놓였다. 이번 채 상병 사망 사건으로 해병대 현역들은 물론 퇴직 예비역들의 명예와 사기, 자존심도 크게 떨어졌다. 바로 국회 채 상병 사망사건 청문회 때문이다. 정청래 민주당 법사위원장의 청문회 광경을 지켜본 많은 해병대원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포항시민들도 뒤숭숭하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을 놓고 여야가 정쟁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이런 정쟁은 현재 포항 오천 해병대 연병장에서 땀 흘리며 훈련받고 있는 많은 해병대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보다 못한 국회 해병대 전우회, 덕성회, 해병대특수수색대연합회 등 100여 개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해병대 100만 예비역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근 민주당 등 야권이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과 청문회를 강행하는 상황을 두고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해병대의 사기를 꺾는 정치 선동”이라며 “해병대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하지만 일부 친야(親野) 해병 예비역들은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옹호하며 특검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이들은 “채 상병 사망의 진상을 밝히려면 현재로서는 특검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50대 한 예비역은 “우릴 모욕하는 야당도 참을 수 없지만, 윤석열 정권도 잘한 것 하나 없다. 보수가 해병대를 등진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호통쳤다.해병대 갈등의 시발점이 된 것은 지난해 7월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사망사건이다. 당시 초동 조사를 맡은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다가 상부로부터 보류 지시를 받았는데, 이를 거부하고 이첩을 강행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박 대령이 이첩한 자료를 경찰에서 되찾아 왔고, 박 대령을 항명죄로 기소했다.이 과정에서 박 대령이 상부로부터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폭로하면서 이 사건은 ‘수사 외압’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수사 외압’ 의혹을, 경북경찰청은 해병대원 사망 사고에 대한 조사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공수처는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 및 자료 회수가 부당한 수사 개입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며 재조사를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이 되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박 대령 측은 상부의 보류 지시 등이 군사경찰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전 장관 측은 “장관이 이첩 결재를 했다면 보류, 회수할 권한도 있다”는 입장이다. 또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을 회수할 때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관계자들의 통화 기록이 나오면서 의혹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