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제1사단 소속 채수근 일병의 순직은 2023년 7월 폭우 사태 피해 지역인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다가 사망한 채 발견된 사고이다.그야말로 꽃다운 나이에 본인의 미래에 대한 꿈은 얼마나 컸을 것이며, 부모님의 내 자식 사랑은 얼마나 깊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다 같이 자식 키우는 부모와 같은 마음에서 모두가 안타까워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도 현역 사병으로 강원도 전방 지역에서 군 복무를 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군인은 시기와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군 생활 자체가 민간에 비해 노출된 위험도가 훨씬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이 21세기이다. 그리고 21세기가 끝나기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현재의 21세기가 이미 아득히 지난 과거처럼 느껴질 만큼 오늘날 첨단 AI 개막 시대에 살고 있다. 군대도 이에 질세라 위험하거나 아주 힘든 일에는 곧 ‘AI 로봇 군인’으로 대체할 그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이러한 첨단 AI 시대에도 예외가 있다. 그 분야가 바로 ‘자연재해’ 일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자연의 극복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이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결코 자연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그 이유는 의외성, 불규칙성, 국지적 예측 불가성 등 자연재해가 안고 있는 속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생각했어도 시시때때로 돌변하는 것이 자연재해 현상이다. 부지불식간 순식간에 바뀌는 것 또한 자연재해 현장 상황이고 특징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도 미리미리 감안을 했어야지”하고 반문할 수 있다. 그래서 사후 그러한 원론적인 논쟁에서는 대부분 수세에 몰리는 것이 당시 현지, 현장 당사자들의 처지이기도 하다. 채상병 사고 한 해전인 2022년 9월 6일 새벽, 포항시 남구 지역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태풍으로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엄청난 재산상 손실이 발생 되었다. 예보에도 없던 500년 빈도의 새벽 시간대 463mm 물 폭탄은 일순간에 모든 것을 초토화 시켰다. 포항시와 유관기관들의 치밀한 사전 태풍 대비에도 한마디로 ‘불가항력’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그 지옥과 같은 아비규환 속에서 해병대원들의 신속한 민간인 구조 활동이 시작되었고 그날 새벽 그러한 포항시와 해병대의 적극적인 조치로 인해 추가 인명피해를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또한 해병대 그리고 그 젊은 해병 용사들이 있었기에 당시 태풍 피해 주민들은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고 국가 기간산업인 각 제철 공장은 정상 가동을 앞당길 수 있었다.필자는 ‘힌남노’ 태풍의 피해 중심지인 남구 오천읍의 당시 읍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태풍 당일은 물론이고 이후 해병대, 주민들과 함께 남은 공무원 생활 일여 년간을 복구 작업에 전념했었다. 그러면서 포항이 지난 몇 년 동안 지진 등 연이은 재해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음에도 그나마 든든한 해병대 파트너가 있기에 시대에 뒤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가 산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2023년 6월 말, 필자가 오천읍장을 마지막으로 공무원 정년퇴직을 맞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임성근 사단장이 부대에서 잠시 보자 하여 차 한잔을 끝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진한 여운이 남았다. 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만나 또 헤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TV를 통해 보고 있다.그 어렵다는 부대 이전 문제를 포항시와 인근 주민들과 함께 추진하는 등 군 본연의 전투력 강화에 무척이나 노력했다. 또한 부대 전체가 평소 장병들간 끈끈한 유대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게을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굳이 태풍 ‘힌남노“때가 아니어도 농어촌 봉사 등 지역이 어려울 때마다 늘 대민 지원에 정성을 다했다는 것은 포항시민 전체가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랬던 해병대 관계자들을 최근 들어 TV를 통해 보고 있자니 채상병 순직과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이 또한 찹찹한 심정 금할 길 없다. 대민 지원에 국한해서 말을 하자면, 언제부턴가 군은 사명감으로, 사회는 이를 당연시 하는 경향이 만연하다. 한마디로 공정하지 않다. 아무리 위험하고 어렵고 힘든 대민 지원에 나서더라도 격려와 감사의 마음은 오래전 이야기다. 거기에다 사고라도 나면 오로지 비난과 결과만을 놓고서 힐책만이 난무할 따름이다.젊은 병사가 유명을 달리했고 그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다. 조사는 당연히 사고를 당한 병사 위주로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덧붙여 동일 시간대, 동일 장소, 동일 상황에서 또 한 분야인 당시 그 변화무쌍한 자연재해 현장의 특수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채상병의 순직은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더욱 기리 남고, 군은 안전에 보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시 한번 故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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