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 자리에 대구경북(TK) 출신 의원들이 한 명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전당대회를 한달여 쯤 남겨둔 상태에서 보수텃밭 TK의원들이 도전장을 던지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당권 주자에는 ‘어대한’으로 불리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나경원·윤상현·김재섭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거론된다. 최고위원 후보에는 친윤(親尹)·친한(親韓)계 다수 인사들이 물밑에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구경북(TK) 의원들은 조용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국민의힘이 지난 17일 전당대회 일정 및 선거 방식을 발표했는데, TK 의원들 가운데 당대표나 최고위원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의원이 아직 없는 상태다. 당 혁신과 보수 세력 결집을 통해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야 할 중요한 시기에 당 지도부를 맡겠다는 TK 정치인이 없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고도 TK를 `보수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TK 의원들의 이런 무기력한 모습을 지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TK는 선거 때마다 국힘에 몰표를 몰아줬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TK가 25개 선거구를 싹쓸이한 덕분에 국힘이 그나마 90석(비례대표 제외)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TK 의원들은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눈치보는 처지가 됐나. ‘영남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인가. 이제 눈치 볼 이유가 있나.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도 TK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 이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야 하나. 현 22대 TK 의원들의 중량감은 21대보다 훨씬 무게감이 있다. TK 의원 가운데 3선 이상의 중진만 9명(6선 1명·4선 2명·3선 6명)에 이른다. 당내에서 TK의 입지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지역민들은 TK지역 재선, 3선 의원들이 이번 국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나 최고위원 자리에 도전하는 것도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닐 것이다. 설사 떨어진다해도 그렇게 낙담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텃밭의 위상과 자존심만이라도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