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원 구성 문제를 논의한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서로 한발자국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당은 의석수 비율에 따라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민주당 11곳, 여당 7곳으로 나누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서로 가져가겠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에선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제2당은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또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장은 여당 몫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번엔 의장은 물론, 법사·운영위원장과 방송개혁 이슈가 걸린 과기정통위원장까지 독차지하겠다고 고집피우고 있다. 과반 의석의 당이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다 가져가면 사실상 모든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두 자리를 여야가 나누도록 한 관례도 그런 입법 독주를 막자는 취지다.
문재인정부 때인 21대 국회 전반기에 180석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갔다가 결국 후반기에 야당에 돌려준 것도 일방적 국회 운영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법사위원장은 여당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입법이 막힐 것을 우려하지만, 국회법상 법사위에서 60일 이상 법안 계류 시 원래 상임위에서 5분의 3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또 ‘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60일 이내’로 법안 처리 시한을 둔 패스트트랙 제도 등 법사위를 우회할 다른 수단도 있다. 법사위를 야당이 맡으면 운영위원장과 과기정통위원장은 여야가 나누면 될 것이다. 관례를 생각하면 운영위원장은 여당에 주고, 과기정통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견제해야 하는 민주당 몫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안이다. 민주당은 원 구성 법정 시한인 7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다수결 원칙에 따라 18개 위원장을 다 차지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그건 다수결 원칙이 아니라 의회 독재로 가는 길이다. 민주당은 책임 있는 제1당이라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번에 의장을 차지했으면 법사위원장만큼은 국민의힘에 양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