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리 의혹 사건 피의자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당권 유지 및 대선 출마 등을 가능하게 하는 당헌·당규를 바꾸려고 한다. 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들에게 당헌·당규 개정 시안을 배포하자 “위인설법(爲人設法)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행 당헌 25조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는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못 박았는데 개정 시안은 ‘전국 단위 선거 등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간의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흔드는 발상이고 꼼수다. 개정 시안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명시한 현행 당헌 80조를 폐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당헌 25조는 2010년 당내 권력 독식을 통한 정당 사유화를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이 같은 원칙이 사문화하면 유력 대선 주자가 대표직을 계속 고수할 경우 현역 의원과 당원들의 줄서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시안은 25조 개정 검토의 명분으로 ‘대통령 궐위 등 국가 비상 상황 발생’을 적시했다. 대통령 탄핵을 통한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당헌 개정 시도임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다. 당헌 80조는 민주당 당명이 새정치민주연합이었던 2015년 당시 문재인 대표가 당 혁신 차원에서 도입한 조항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제 와서 ‘검찰 독재 정권하에서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다.공당(公黨)이 당헌까지 고쳐가며 노골적으로 사당(私黨)의 길을 걸으려는 것은 과거 제왕적 당 대표 시절에서도 볼 수 없었던 행태다. 더구나 개정 시안은 국회의장 후보 선출 시 권리 당원의 투표 결과를 20% 반영하도록 하고, 당론 위반 시 공천 페널티 조항을 한층 구체화해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 눈치마저 보지 않고 폭주하려는 것은 4·10 총선 때 부도덕·몰염치한 후보들을 내세웠음에도 여권의 실책으로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좋아서 표를 던진 건 아니다. 현 정부가 하는 일이 못마땅해서 민주당에 표를 준 것이다. 이런 민심을 외면하고 특정 대선 주자를 위해 ‘당헌’까지 바꾸는 민주당은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