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민주당을 비록 200석의 개헌선은 넘어서지 못했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무소불이의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게 됐다. 22대 입법부는 윤석열 정권을 무장해제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대한민국은 극한의 대치정국 시대를 또 한차례 맞게 됐다. 일촉즉발의 정치적 사건도 예견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당 대표를 비롯해 국회에 입성할 이들 중 상당수는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다. 법을 넘은 정치적 보복으로 끌고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거를 통한 유권자 선택은 민심의 심판이다. 불가항력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 대한민국이 전진하려면 여야 극단의 정치를 접고 협치(協治)란 대의명분으로 나가야 한다.
이번 총선은 진영대결과 팬덤정치를 등에 업고 상대를 척결해야 한다는 소위 심판론이 휩쓸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향해 범죄자 집단으로 규정하고 나라가 망할까 봐 걱정된다고 맹공을 퍼부으며 “무시무시한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용서할 수 없는 실패한 정권으로 몰아붙였다. `대통령 탄핵`이란 경고장까지 내밀겠다고 했다. 극한의 대립이 이어진다면 정치가 3류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번 선거만 해도 3920억원의 비용을 들였다. 4400만 유권자에게 38개 정당이름이 담긴 역대 최장 길이 51.7㎝의 투표용지를 처음 접했다. 그런 비용과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민주주의 정신을 잊지말아야 한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야당과 입법부를 더욱 존중해줘야 한다. 야당은 식물정부를 겨냥한 입법독재는 자제해야 한다. 혹시라도 `정권 탈취`란 유혹에 휘말려 입법독주를 자행한다면 또다시 국민저항에 부딪칠 것이다.이제 절박한 과제는 민생(民生)이다. 국민은 지금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물가·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대파 논쟁` 이슈가 돌출한 것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만큼 민생은 힘들다. 물가를 챙기고, 자칫 낙오할지 모를 서민층을 보듬는 정책과 입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미 수많은 공약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인구 위기 극복을 국가 현안으로 보고 5세 이상 무상보육, 육아휴직 확대, 세 자녀 이상 가구 대학 등록금 전액 면제를 약속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서민 지원 대책도 내놨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와 `기본 사회` 카드를 꺼냈다. 전 국민 25만원 지급, 월 20만원 아동 수당이 대표적이다. 공약은 포퓰리즘이란 오명처럼 남발해서도 안 되지만 표심만을 노린 `공약(空約)`으로 끝나서는 더욱 안 된다. 당선된 선량들은 이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 놓고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