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의 날 아침이 밝았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31.28%를 기록하면서 여야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지만 본 투표 결과가 중요하다. 사전 투표율이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의 36.93%보다는 낮지만, 사전투표가 적용된 역대 총선 중에서 가장 높다. 사전투표는 지금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8번 시행됐는데, 그중 투표율이 30%를 넘긴 것은 20대 대선과 이번 총선뿐이다. 이번에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으로 41.19%를 기록했다. 가장 낮은 곳은 25.60%를 기록한 대구였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만큼 전체 투표율도 70%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상 최고의 사전투표율이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현재로선 판별하기 어렵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여야는 모두 사전투표를 독려해서인지는 몰라도 ‘제 논에 물 대기’식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이 범죄자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 보여준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바라는 성난 민심이 반영됐다”고 했다. 사전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은 확실한 정치적 신념과 지향에 따라 투표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여야 정당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당수 부동층에 겸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다가가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자신들의 속셈을 채우기 위해 진보와 보수로 양분시키고 여성과 남성, 신세대와 구세대 등 `갈라치기`하는 식으로 선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여야가 쳐놓은 이런 선거 늪에 빠져선 안된다.투표 열기는 뜨겁지만, 여야의 네거티브 선거전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역대 선거들도 막판에는 비방전으로 흐른 경향이 있지만 이번 총선은 유독 네거티브가 만연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해 증오와 혐오의 정치를 부추기면서 정작 민생과 직결된 정책·공약 경쟁은 뒷전으로 밀렸다. 정치인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심지어 막말을 자제시켜야 할 여야 대표가 네거티브 전면전을 주도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후보가 속출하고, 무책임한 세금 퍼붓기 공약이 난무하는 것도 개탄스럽다. 사상 최악의 선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귀중한 한표는 행사는 해야 한다. 유권자의 한 표가 우리 정치를 바꾸고, 우리 미래를 바꾼다. 국민이 심판하지 않으면 혐오의 대상이 된 정치도 쇄신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