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신작로와 기차역이 조성되기 전 물류이동은 강을 중심으로 수운이 담당했다. 낙동강은 고대 가야제국의 교통로로써 세력의 기반이었다. 김해에서 시작해 상주 안동 등 낙동강 본류와 지류에는 바다에서 생산한 수산물과 내륙에서 생산한 농·임산물이 이동했다. 낙동강유역 전반에 분포하고 있는 동일형태의 수만여 기의 가야고분이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일제는 이것을 부정하고 정한론인 임나일본부를 만들었다.안동시 조탑동 야산에는 수백여 기의 고분들이 도굴된 채로 뒹굴고 있다. 낙동강을 따라 살았던 고대인들이 죽어서는 하늘세계로 가고자하는 염원으로 산등성을 따라 무더기로 돌방무덤을 지었던 것이다. 안동에는 조탑동 고분외에도 천전리, 임하면, 임동면, 길안면, 옥동, 풍산면 고분군이 있다. 낙동강 중류인 상주, 함창, 문경, 예천을 지나면서 답사한 수천기의 고분형식과 산수지리적 형태가 매우 유사함을 발견했다. 모두 낙동강본류에서 지류로 이어지는 2~3km지점에 자리하고 있으며 한결같이 낮은 산능선에 돌방으로 이뤄진 형태다. 무덤안쪽 양옆으로 돌벽을 쌓고 위에는 뚜껑 돌을 예닐곱개 덮었으며 아랫부분보다 상부가 좁다. 입구는 옆으로 나 있으며 한군데만 돌을 드러내면 내부 전체를 도굴할 수 있는 구조로써 신라의 목곽적석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조탑동 뒷산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고분이 100여 기 정도로 정밀 지표조사를 하면 아마 수백여 기가 더 드러날 것이다. 대부분 파헤쳐지거나 옆구리에 구멍이 뚫려 있지만 그래도 봉분의 형태를 간직한 무덤을 대할 때는 숙연한 마음이 앞선다. 선인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풋풋한 살내음이 코 끝에 닿는 듯하다. 그때의 사람들이 힘과 마음을 모아 조성한 봉분이 수천년 이상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경외감이 일지 않을 수 없다. 파헤쳐진 고분들을 살피다가 한 무덤앞에 걸음을 멈추고 들추어진 덮개돌들을 살펴봤다. 폭1.5m 두께40cm 넓이50cm 정도 크기의 판석으로 이뤄져 있다. 상주나 예천의 봉분은 마사토나 황토에 가까운 흙인데 반해 여기는 자갈돌이 많이 섞여있다.  덮개돌의 규모도 상주 예천의 고분보다 두껍고 폭이 좁은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도굴범들이 도굴하기에도 비교적 힘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한 고분에는 내부까지 들어가 자세히 살펴봤다. 길이는3m 아래폭1.5m 높이1.8m 상부폭90cm 정도이며 견고한 내부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바닥에도 돌이 깔려있고 덮개돌 위부분에도 작은 덮개돌들이 얹혀있는 것이 보였다. 특이한 것은 무덤상부 한 켠에 부장실로 보이는 돌방이 따로 배치돼 드러나 있다. 산능선으로 올라가면서 근세에 조성한 무덤들 옆으로 봉긋한 부분에는 어김없이 구멍이 뜷려있다.  안을 들여다보면 컴컴한 모습으로 내부가 무너지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한 고분은 비록상부의 봉분은 치워졌지만 내부석실은 개끗한 상태로 보존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낙동강을 끼고 방치된 고분들이 수만여 기나 되는데 이시대 우리가 할 일이 무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고분은 타임캡슐이나 마찬가지로 수천년 전 인류의 생활상이나 종교적 관념을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고분이 간직한 물적, 정신적 자산을 오늘날에 적용시킨다면 말로 다할 수 없는 성과물을 만들 수 있다. 고분을 따라 마침내 산 정상에 다다라서 바라보니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넓이 7m정도로 이어진 평지가 산능선을 따라 수백여 미터가 뻗어있는 것을 보고 가야의 토성을 떠올렸다. 예외없이 가야의 고분을 따라가면 토성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무덤을 중심으로 최후의 교두보였다. 정상 능선을 따라 마지막 지점에 다다랐을 때 거대한 고분이 눈앞에 나타났다. 빙 둘러쳐진 산들이 사방 팔방으로 에워싸고 한줄기 강물이 멀리서 유유히 흘러간다. 이 무덤의 주인공은 고대 이 지역의 수장으로 군림한 인물이 틀림없다. 그 국가가 염상도인이 건설했다는 창녕국인지 김고로가 건국한 고녕가야인지 아니면 전설속의 안동여인국인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은 천상을 꿈꿨고 지세를 생각했으며 풍요와 자손의 번성을 축수했다. 다행히도 도굴되지 않은 고분들이 여럿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새로운 가능성에 안도의 숨을 쉬면서 멀리 낙동강 물줄기를 바라본다. 아득한 옛날부터 무심히 흘러가는 저 강줄기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가 도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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