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망의(見利忘義),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이 꼽은 지난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다. 전국의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1315명)의 30.1%(396표) 지지로 선정됐다. 논어 ‘헌문편’에 나오는 공자와 제자 자로 간 대화에서 유래한 견리사의(見利思義), 즉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사자성어의 반대어다.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 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는 이런 견리망의(見利忘義)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은 다른 교수들도 대부분 대의나 가치 추구보다 이익만 좇는 세태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見利忘義)가 그 어느 때보다 매우 난무했다. 국회 상임위 도중 코인 투자를 하거나, 공천권이라는 이익 앞에 바른 소리 못 하고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치인과 자녀 학교폭력에 둔감한 공직자 등이 수두룩했다. 또 전세사기, 보이스피싱처럼 물욕에 눈이 먼 견리망의(見利忘義)도 허다했다.
옛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우리 서민들로서는 정의(正義)가 사라질수록, 경제(經濟)가 어려워질수록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내몰리기 마련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 공동체의 의로움을 실천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의로움이라는 개념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권보호 같은 의로움은 계속 추구되어야 할 가치다. 특히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돼 혐오(嫌惡)와 증오(憎惡)를 쏟아내는 정치는 사회 공동체의 파멸만 부를 것이다.안중근 의사는 ‘이익을 보거든 의(義)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쳐라’라고 했다. 사회지도자들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경구(警句)다.
오는 4월 10일은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이번 선거 출마 예비후보자들은 유권자 얼굴 알리기와 표심다지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입신영달(立身榮達)에 눈이 멀어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내팽개치는 정치꾼(politician)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희생도 감수하는 정치인(statesman)들을 선택해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사회가 실현되기를 우리모두는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