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조준영기자]지난 2017~18년 2차례 포항지진을 겪은 포항시민들에게 국가가 200만~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을 놓고 포항지역 일각에선 ‘新 포퓰리즘’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제 겨우 1심 판결에 불과하고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지도 의문인데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러다 만약 대법원의 패소판결이라도 받을 경우 그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도 우려된다.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이후 포항전역이 술렁이고 있다. 2017~18년 당시 포항에 주소지를 둔 포항시민이면 누구나 소송이 가능하고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너도나도 소송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포항지역의 최대 화두는 지진 위자료 소송이다. 2명 이상만 모이면 “지진 소송을 했나”라는 말부터 꺼낸다. 이러다보니 포항시내 곳곳의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주민등록초본 발급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22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남구 효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된 초본은 450여 건으로 판결 이전 하루 평균 70건보다 6배 이상 늘었고, 북구 죽도동 행정복지센터도 500여 건으로 5배 정도 증가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에 따르면 판결 이후 이날까지 소송인단 모집 건수는 1만8000여 건으로 하루 평균 3600건 이상이 접수되고 있다. 이런 상태로 소송 접수가 이어진다면 최소 10만~15만명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범대본을 통한 소송은 1인당 변호사 착수금이 3만원. 1심대로면, 성공 보수 5%를 떼더라도 13만~18만원을 들여 200만~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위자료 비용을 환산(포항시 인구 50만 기준)할 경우 1인당 내는 변호사 착수금 3만원은 모두 1500억여원에 이르고 승소할 경우 정부로부터 받아내는 보상 위자료는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재원을 국가가 물론 마련하겠지만 엄청난 국고 낭비이자 손실이다.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에게 주는 위자료라고 하지만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진 당시 집이 부서지고 직접 상처를 입은 시민들에게는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순히 포항에 주소지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위자료를 받는다는 것은 다소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날 지진피해를 입은 인근 경주나 영덕지역 주민들에게는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포항의 한 변호사는 “법원 판결에 따라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에게 국가가 보상하는 위자료이긴 하지만 정당성에 위배될 소지도 다분히 있다”면서 “그 당시 포항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위자료를 받는다는 것은 다소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법원의 최종 패소판결에 따른 후유증이다. 법조계에선 “아직 확정 판결도 아닌데 너무 과열되는 것 같다”면서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에서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지 의문이고, 배상 금액이 적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고법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지진 등 재해에 대해 국가배상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향후 재판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1심 결과의 기대치로 소송에 나서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편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민사부는 포항지진과 지열 발전사업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2017년 11월 15일 및 2018년 2월 11일 포항시에 거주했던 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에는 포항 시민의 10분의 1 정도인 4만7850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