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미, 남정임,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이소연.
역대 장희빈을 연기한 여배우들이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거나, 장희빈을 연기하면서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 현재 최고 스타인 김태희(33)가 9대 장희빈이 된다.
내달 8일 첫선을 보이는 SBS TV 월화 사극 `장옥정`을 통해서다.
장희빈의 등장은 3년 만이다. 2010년 MBC TV 사극 `동이`에서 이소연이 연기한 장희빈이 8대 장희빈이다.
김태희의 장희빈은 기존 장희빈과 물론 다르다. 무엇보다 트레이드마크인 표독스러움을 걷어낸 역할이라는 것이 SBS의 설명이다. 팜파탈, 요부의 상징인 장희빈을 새롭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궁에 입궐해서 암투를 벌이는 희빈장씨가 아니라 궁에 입궐하기 전 천민 출신의 침방 나인 장옥정으로서 능력과 끼를 발휘하던 시절에 방점을 찍는다. 옷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장사치로서 승부사적 기질을 타고난 장옥정의 모습을 집중조명하고 그가 궁에 입성한 후 숙종과 나누는 로맨스를 비중 있게 다룬다는 계획이다.
1대 장희빈은 김지미였다. 1961년 정창화 감독의 영화 `장희빈`에서 희대의 악녀 장희빈을 보여줬다. 김진규가 숙종, 조미령이 인현왕후로 호흡을 맞췄다.
2대 장희빈은 남정임. 1968년 임권택 감독이 만든 `요화 장희빈`으로 제목에서부터 `요부`라는 점이 강조됐다. 신성일이 숙종, 태현실이 인현왕후를 연기했다.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장희빈은 TV 드라마로 들어온다. 1971년 MBC `장희빈`을 통해 윤여정이 3대 장희빈에 오르고, 1982년 MBC `여인열전 장희빈`에서는 이미숙이 4대 장희빈을 맡았다.
이어 전인화가 1988년 MBC `조선왕조 500년 인현왕후`를 통해 5대 장희빈으로 등극했고, 정선경은 1995년 SBS `장희빈`으로 6대 장희빈을 연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때까지의 장희빈은 주로 가냘프고 여린 느낌의 배우가 연기했다면 7대 장희빈은 이미지 변신을 한다.
서구적인 마스크와 글래머 스타로 인기를 누리던 김혜수가 2002년 KBS `장희빈`을 통해 장희빈을 새로운 외양을 창조한 것이다.
장희빈은 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8대 장희빈은 조연에 머물기도 했다. 숙빈최씨의 일대기를 그린 `동이`에서 이소연이 연기한 장희빈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러나 장희빈 캐릭터의 변화를 이뤄냈다. 기존 전형적인 악녀 이미지에서 탈피해 한결 차분하고 기품있는, 인간적인 고뇌와 내면을 드러내는 캐릭터로 변화했다. 장희빈의 1단계 변신이었던 셈.
그런 장희빈이 이제 2단계 변신을 한다.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로맨티스트이자 조선시대 패셔니스타로 거듭나는 것이다.
`장옥정`의 제작사 스토리티비는 "지금까지 알려진 장옥정(장희빈)과는 또 다른 상상력과 깊이를 제공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장옥정을 조선패션디자이너로서 새롭게 해석하고 그가 보염서(조선시대 화장품 생산을 전담하던 곳)에서 화장품을 제조하는 모습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9대 장희빈 김태희는 "옥정이는 노비라 어려서부터 매일 쫓겨 다녔고 아무리 꿈을 펼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는 콤플렉스와 상처가 가슴 깊이 있는 아이"라며 "그로 인해 비뚤어질 수도 있고 악독하게 모난 성격으로 성장할 수도 있는 건데 옥정은 내면이 강하고 단단해 일로서 콤플렉스를 승화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옥정이 천민의 한계를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옷을 만들면서 기쁨과 희열을 느끼는 것"이라며 "사랑도 사치라고 생각해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던 옥정이 이순(숙종)을 만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열려가는 과정도 섬세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