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마당에 홀로 대문을 바라보는 감나무감나무가지 사이에 줄을 치는 거미감꽃송이에 살며시 앉는 나비 한 마리빈집 건너편에 등이 굽은 미루나무그 나무 허리에 매달린 녹슨 자전거미루나무 우듬지에 둥지를 트는 까치곧 늙은 나무 밑둥에 전기톱날이 박히고연주가 시작될 기미를 보이는데나무 그림자 아래 이삿짐을 푸는 달팽이봄날 같은 인생이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사람 사는 곳이 그렇다. 홀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얽혀 있다. 얽히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가닥의 인연 줄에 매여져 있다. 혼자가 아니다. 서로 잡고 있는 인연 줄을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듯 보인다. 그 사람인데 그 사람의 곁에 있던 인연의 끈으로 바뀌고 변화 속에 휘말려 있지만 잠시 잊고 있을 뿐인 것이다. 위의 시처럼 서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마당과 감나무, 감나무 가지와 거미, 거미와 나비 한 마리, 미루나무와 녹슨 자전거, 녹슨 자전거와 까치, 미루나무 밑둥과 전기 톱날, 곧 쓰러질 나무의 그림자에 안주를 하려는 달팽이까지 서로는 보이지 않은 줄을 잡고 있는 것이다.삼라만상의 모든 사물은 서로 밀고 당기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줄의 색깔만 바꾸어 놓았을 뿐인 것이다. 이 시가 주는 ‘봄날 같은 인생이다’라는 말 속에 모든 운기가 다 들어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너와 이어져 있고 너는 또 다른 너와 이어져 있음을 알고 있다면 이 세상 운행 이치를 아는 것이니 미워하고 싫어 할 일도 없겠다. 자신을 소모하는 감정에 휘말려 귀한 날들을 소비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휘몰아친다.. 해봐야 거기서 거기니까. 그렇지 않은가. 타인을 비난하고 허물어뜨리려 해봐야 결국 그것은 자신에게 돌아오니까 말이다. 자신에게 되돌아올 부메랑은 퍼뜩 손 놓을 일이다. 봄날 같은 인생은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일 테니까. 나의 ‘아름다운 인생’을 굳이 망칠 이유는 없지 않은가.<수필가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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