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들이 4천 년이나 된 이집트 미라의 비밀을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파헤치고 있다.
리치먼드에 있는 버지니아미술관은 영상의학센터와 협력해 `트제비`라는 이름이 붙은 이 미라의 정보 를 더 확보하고 초기의 미라 제작 과정을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 단층촬영을 했다.
이 미라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미라 가운데 하나로 상 이집트의 셰이크 파라그에 있는 고분에서 1923년 출토됐다.
남성인 이 미라의 주인공은 기원전 2150~2030년 시기에 살았으며, 숨졌을 때 25~40세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밖의 정보는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정밀 조사로 트제비의 나이를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식생활, 사망원인 같은 정보를 짜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차원 디지털 모델을 만들어 미라의 얼굴까지 재구성할 수 있다.
또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데 쓰인 물질은 무엇이고 남은 연부조직은 얼마나 되는지, 후대의 미라처럼 장기를 제거했는지 등을 밝힐 예정이다.
연구자들은 기술 발달 덕분에 미라를 훼손하지 않고도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엘렉스 니어지스 미술관장은 "수수께끼의 문을 열기가 쉬워졌다"고 했다.
이집트 미라를 단층촬영한 적은 많지 않다. 첫 단층촬영은 1977년에 있었다. 트제비도 지난 1986년 처음으로 촬영을 거쳤지만, 당시 기술은 아주 초기 수준이라 알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미라 전문가 조너선 일라이어스는 말했다.
이제까지 미라 30구의 이미지 정보를 수집한 아크밈 미라연구 컨소시엄의 소장인 일라이어스는 "현대 기술로도 미라의 수수께끼를 푸는 건 초기 단계"라면서도 "1986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다른 별에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버지니아미술관 직원들은 미라를 영상센터까지 차로 옮겨 단층촬영을 했다. 수천 장의 이미지가 몇 초 만에 컴퓨터 모니터에 떴다.
방사선 전문의 짐 스나이더는 이 미라가 "퍼즐 맞추기 같다"고 했다. 그는 미라 분석 작업을 맡은 데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것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이날 촬영에서 바로 확인한 것은 트제비의 뼈 일부가 흉곽으로 떨어지거나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시신의 몸통이 따로 싸여 있었으며 다른 부분은 다소 뒤섞였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미지를 심층 분석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버지니아미술관은 이번 촬영으로 얻은 정보를 미라 전시에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