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분쟁, 특히 최근 미국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내린 `애플 승리` 평결을 계기로 미국의 특허제도가 본래 취지를 잃고 변질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국외교협회(CFR) 세바스티안 몰러비 연구원은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지난 24일 나온 배심원 평결이 "미국에 대한 믿음이 희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교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강력한 특허제도의 보호가 필요한 대표적인 업종으로 제약 분야를 지목하면서 정보기술(IT) 업종에서는 장기간의 임상시험이나 높은 개발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IT업종에서 흔히 나타나고 애플도 누렸던 선도 업체 효과는 IT 분야에서 특허를 통한 독점적 보호가 불필요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그는 설명했다.
몰러비 연구원은 IT업체가 독자적인 제품보다는 집을 짓기 위한 `벽돌` 성격이 되는 부분을 특허로 인정받으려 골몰하면서 지난해에만 미국 기업들이 `특허 괴물`에 대응하기 위해 290억 달러를 쓰도록 만드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미국 자본주의의 원동력을 뒷받침하는 지주 중 하나가 특허제도였지만 이 제도가 어제의 발명품을 이용해 내일의 혁신을 막는 타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작가 겸 언론인 마이클 울프는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특허 제도가 "더 이상 보호 장치가 아닌 소송을 위한 체계"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그만큼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관료들이 단순한 디자인 개념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같이 더 광범위한 추상성에 대해 특허를 부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애플이 법원에서 `승리` 평결을 얻은 것과 관련해 그는 애플도 `빅 애플(big Apple)`이라는 말을 놓고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고 `앱스토어`라는 말을 쓰지 말라며 소송을 냈던 회사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소송에서 패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 애플의 운영체계 화면 역시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소(PARC)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프는 단일 형태의 브랜드 헤게모니를 획득한 완벽주의적 기업이 소비자단체나 규제 당국의 혐오 대상으로 전락하는 현상은 거의 필연적이라며, 애플이 삼성과의 소송에서 승리함과 동시에 내부의 `부패`도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