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의 이특은 저보다 열 살이 많지요. 여전히 슈퍼주니어에 관심이 있지만 요즘은 제 또래인 엑소케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오래된 한국 아이돌 그룹부터 최근 데뷔한 신인까지 줄줄 꿴다.
주영한국문화원이 마련한 K팝 아카데미 1기 수강생인 루시 캘로(19)는 K팝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좋아하는 그룹과 곡명을 쉼 없이 읊어댔다.
캘로는 "몇 년 전만하더라도 K팝 팬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늘었다"며 "얼마 전에는 BBC 라디오에서 2NE1의 음악까지 틀어줬다. 올해는 정말 K팝의 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대중음악의 요람인 영국에 퍼지는 K팝 열기를 전했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전공하는 캘로는 아시아에 살았던 10여년 전 친척의 소개로 HOT와 동방신기 등의 음악을 접했다.
K팝에 흥미를 느낀 캘로는 슈퍼주니어를 알게 되면서 열광적인 팬이 됐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한국 가수의 정보를 찾아다녔고 잠시 일본에 머물 때는 샤이니의 팬클럽을 만드는데 참여하기도 했다.
소개로 우연히 K팝을 접한 뒤 점점 매력에 빠져들어 가는 현지 10대 팬의 전형적인 예인 셈이다.
캘로는 "10대 때는 독특한 음악을 찾게 마련인데 K팝은 영국 음악보다 훨씬 신나고 재미있다"며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한국어까지 익힐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 가수들은 공연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한국 가수들은 TV에 자주 나오고 팬과 교류도 많다"며 "좋아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찾아서 즐기는 재미도 크다"라고 덧붙였다.
K팝에서 시작된 관심은 한국 문화 전반으로 넓어졌다. 지난 2-5월에는 K팝 아카데미까지 수강했다.
K팝 아카데미는 미래 한류의 주역을 배출한다는 의도로 주영문화원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프로그램이다. 한국 가요를 넘어 역사 한글, 한식, 영화, 미술,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제별 강의, 워크숍, 발표, 체험이 이뤄졌다.
캘로는 "한국대사관저를 방문한 일과 영국박물관의 한국실을 찾아본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각 강좌에 K팝과 관련된 요소가 섞여 있어서 흥미롭게 수강했다"고 밝혔다.
캘로는 수강 동기 30명과 함께 한국문화축제인 오색찬란(五色燦爛)을 홍보하는 서포터스로 등록해 최근 트라팔가 광장에서 플래시 몹(네티즌이 미리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한국 가수들이 영국을 자주 찾아 주고 영어 음반도 내기를 바란다"며 "소속사들은 외국인도 쉽게 팬클럽에 가입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런던=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