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감시단 `한계’…“6개월 내 해결” 전망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와 정부군의 강경 진압으로 촉발돼 17개월째로 접어든 시리아 유혈 사태가 악화일로에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는 물론 북부에 있는 제2의 도시 알레포와 반군 거점인 중부 홈스 등에서 정부군과 자유시리아군(FSA)을 비롯한 반군 간 교전이 격렬해지면서 사상자와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시리아감시단(UNSMIS)의 활동을 30일 연장했지만 막상 제재 결의안은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 이란 등 우방의 지원에도 아사드 정권이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전역서 교전 격화…이틀새 사망자 500명 육박 =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21일(현지시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8일째 이어졌다. 정부군은 이날 다마스쿠스 외곽 샤바 지역에서 반군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최소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가 전했다. 현지에서는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 샤비하가 반군 대원을 즉결 처형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다만 지난 18일 전ㆍ현직 국방장관 등 아사드 정권의 핵심요인 4명을 숨지게 한 ‘다마스쿠스 화산’작전으로 정부군을 무섭게 몰아붙였던 반군의 기세는 다소 꺾인 분위기다. 현지에 있는 한 반정부 활동가는 최근 연합뉴스와 스카이프 통화에서 여전히 정부군이 수도를 장악하고 있으며 자유시리아군은 여러 구역에서 게릴라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국영방송도 전날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중심 미단 지역에서 반군을 격퇴하고 치안을 다시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북부 제2의 도시 알레포에서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이날 이틀째 이어졌다고 현지 반정부 활동가들이 전했다. 특히 도시 중앙의 살라헤딘 구역에서 치열한 교전이 이뤄졌다고 알레포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활동가 모하마드 사이드가 AP 통신에 밝혔다. 정부군은 이날 반군 거점인 중부 홈스의 쿠사이르 마을에도 맹공을 퍼부었다. 전날에도 시리아 전역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등으로 177명이 숨졌고 지난 19일에는 310명이 희생되는 등 지난 이틀간 사망자가 500명에 육박했다. 인권단체들은 16개월 넘게 이어진 시리아 유혈 사태로 지금까지 1만8천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확전으로 난민 급증…“국내 난민도 문제” = 그러나 반군은 이라크와 터키 국경의 검문소 수 개를 점령하는 등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주요 도시는 물론 국경 지역을 포함한 시리아 전역으로 내전이 확산하면서 포화를 피해 집과 고향 등을 버리고 탈출을 시도하는 피란민도 급증하는 추세다. 유엔 난민기구는 전날 지난 이틀 새 3만명의 시리아인이 레바논 국경을 넘었으며 시리아에 있던 이라크인 수천명도 육로와 항로로 귀국했다고 밝혔다. 또 작년 3월 시리아 사태 발발 이후 터키와 요르단으로 탈출한 시리아 난민은 각각 4만3천명, 14만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가 지난 19일 밝힌 국외로 탈출한 시리아인 난민 12만5천명보다 훨씬 큰 규모다. 시리아 난민 급증으로 접경국인 터키, 레바논, 이라크, 요르단 등도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이라크는 국내 치안 불안정을 이유로 시리아 난민을 지원할 수 없다며 지난 20일 국경의 아부 카말 카임 검문소를 폐쇄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집을 떠나 피란길에 오른 ‘국내난민’이 300만명도 문제라고 아랍에미리트(UAE)에 거주하는 한 시리아인은 지적했다. 이 역시 미 국무부가 밝힌 시리아 국내 피란민 50만명의 6배에 달한다. 현지 활동가는 “다마스쿠스 인근 두마는 인구가 50만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텅 빈 도시가 됐다고 들었다”면서 “최근에는 다마스쿠스에서도 상당수가 집을 떠나 북쪽으로 80∼90㎞ 떨어진 나브크 시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유엔감시단 활동 연장…`‘한계’지적도 =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일 활동 종료 시한을 목전에 두고 가까스로 현지 감시단의 활동 기간을 30일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코피 아난 유엔ㆍ아랍연맹 특사가 지난 4월 제시한 휴전 중재안의 실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300여명의 유엔 감시단이 파견된 이후에도 폭력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 감시단의 한계를 지적하며 활동 연장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유엔 감시단은 지난달 중순 이후 시리아 폭력 사태 악화를 이유로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아사드 정권을 겨냥한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 채택이 지난 19일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9개월 새 세 번째로 부결된 것도 유엔을 중심으로 한 사태 해결의 한계로 지적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날 크로아티아에서 평화유지활동 담당 사무차장을 현지 상황 평가를 위한 시리아 특사로 보낸다고 밝혔지만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랍연맹 역시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시리아 사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지만 이렇다 할 묘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아 사태와 같이 안보리가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중심으로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무력을 동원하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의 대선과 유럽의 경제위기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시리아 사태에 무력을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혀 왔다. 다만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유사시 시리아 정부군의 미사일이나 화학무기 확산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 장기화?…“아사드 6개월 못 넘겨” 전망도 =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으면서 시리아 사태가 더욱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반군의 지난 18일 국가안보기구 자폭테러 이후에도 아사드 대통령은 하루만에 국영TV로 중계된 신임 국방장관 임명식에서 모습을 드러내 건재를 과시했다. 각종 미사일과 화학무기까지 갖춘 정부군의 공격력이 반군보다 훨씬 우세하다는 평가도 이런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사드 정권이 길어도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군의 지속적인 민간인 탄압으로 핵심 지지기반인 ‘이너서클’과 군부 요인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준장 2명이 지난 20일 밤 터키로 망명해 지금까지 터키로 망명한 시리아군 장성은 24명에 달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 인사들의 이탈이 잇따르면서 시아파 소수 종파인 알라위파를 근간으로 한 아사드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걸프뉴스는 지적했다. 최근 아사드 정권에서 이탈한 마나프 틀라스 준장과 나와프 알 파레스 주이라크 대사는 모두 시리아 수니파 가문의 지도자급 인사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정부군의 이탈과 사우디, 카타르 등의 지원으로 반군의 위력이 충분히 강해져 조만간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등 주요 도시의 통제권을 장악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시리아 사태가 정치적 합의로 해결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친정부 민병대의 지원 등으로 내전이 길어질 수는 있어도 일단 반군이 전기를 마련하면 아사드 정권이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아사드 정권의 붕괴가 수니-시아 종파 갈등 등으로 이어져 중동 전역에 불확실성을 초래해 새로운 위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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