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시작된 만0~2세 영유아에 대한 이른바 `전면 무상보육` 정책이 재원 부족으로 중단 위기를 맞은 가운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가 국비 약 2천800억원을 지자체에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와 나눠내야 할 무상보육 자체 예산 편성에 계속 어려움을 겪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면, 이 정도 규모의 응급처치만으로는 무상보육 정책의 원활한 시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지자체 올해 지방채 등으로 조달하면 정부 내년 2천800억 보전 = 지난 17일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여당 고위당직자들은 부족한 올해 만0~2세 무상보육 재원 문제를 이달 말까지 지자체와 협의해 해결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이나 지방교부세 등을 통해 약 2천800억원 정도를 마련, 지자체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중앙정부가 무상보육 재원 확보를 위해 연내 예비비 등을 통해 무상보육 예산(국비) 2천800억원을 추가 배정하면, 지자체도 `매칭(분담)` 원칙에 따라 비슷한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만큼의 지자체 부담도 정부가 대신 떠안겠다는 얘기다. 다만, 올해 당장 국고에서 예비비 등을 통해 추가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는 만큼, 우선 지자체가 알아서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올해 부족분을 메우고 내년에 중앙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에 2천800억원을 추가 지원하면 약 7만명의 만0~2세 영유아가 올해 추가로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는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를 통해 보육료 직접 지원(바우처) 대상을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가구로 무리하게 확대하면서도, 추가 소요 예산을 계산할 때 대상 영유아 수는 정부가 `소득 하위 70% 지원`을 가정해 추계한 70만명 기준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 기준에 따라 당시 국회는 추가 소요되는 예산 규모를 3천698억원으로 계산했고, 최종적으로 모두 1조9천억원의 예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 예산은 이르면 오는 10월께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예산 부족의 가장 큰 이유는 국회 예산 결정 과정에서 신규 보육 수요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보육료 지급 소식에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가구가 집에서 기르던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냈지만, 국회가 당초 기준으로 삼은 70만명 안에는 이 증가분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실제로 복지부가 0~2세 보육료 직접 지원 신청을 받은 결과, 6월 말 현재까지 모두 55만명이 접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만명보다 무려 20만명, 57%나 늘어난 것이다. 이 추세대로 하반기를 지나면 올해 신청자 수는 국회가 예상한 70만명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번 정책협의대로 추가 국고지원이 이뤄지면 당초 70만명분으로 잘못 계산된 무상보육 예산이 77만명분으로 수정되는 셈이다. ◇ 지자체 분담분 3천788억은 그대로…지자체 "정부가 모두 책임져야" = 그러나 2천800억원 지원만으로 부족한 무상보육 재원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작년 말 국회는 0~2세 무상보육 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전 가구로 확대하면서 관련 예산(국비)을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3천698억원 늘렸다. 이에 따라 지자체도 이보다 조금 많은 3천788억원을 함께 부담해야한다. 만약 정부의 국비 지원이 2천800억원 늘어나면 시도나 기초지방자치단체 등 지자체가 부담할 무상보육 재원 역시 `매칭(분담)` 원칙에 따라 비슷한 규모로 더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이론상으로 2천800억원의 국비 추가 지원이 이뤄지면, 지자체들은 약 6천600억원(3천788억+2천800억여원)의 재원을 올해 확대된 무상보육을 위해 새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이번 협의대로 이 가운데 2천800억여원을 중앙정부가 대신 내년에 갚아준다고 해도, 3천788억원은 여전히 지자체 몫으로 남아있게 된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16개 시도 가운데 단 한 곳도 작년 말 증액된 정부의 무상보육 예산(3천698억원)과 짝을 이루는 추가 보육료 재원(3천788억원)을 배정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200개가 넘는 시군구 가운데서도 단 70개 정도만 시비 등에서 관련 예산을 확정한 상태다. 지방재정법이나 보조금관리법 등은 보육료와 같은 국고보전 사업은 지자체 역시 다른 예산보다 우선하여 국고와 비슷한 규모로 나눠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원칙대로 분담액 3천788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추가로 국비 2천800억원이 지원되면 올해 무상보육 실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예상은 어디까지나 매칭(분담)이 일단 이뤄졌다고 가정할 때 얘기"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지자체 부족분을 모두 국비로 부담해줘야 한다"며 "지자체가 무상보육을 위해 빚(지방채)을 지게 될 경우, 나중에 정부가 다 상환해주면 문제가 없지만, 일부만 갚거나 이자만 내주는 방식을 고집하면 해가 갈수록 계속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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