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의 토크 프로그램 `김원희의 맞수다`는 지난 4월 7일 `연상남편 vs 연하남편`을 주제로 방송했다.
이날 출연한 일반인 여성들은 남편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문제는 이들의 발언 수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것.
방송에서는 "우리는 밤낮이 없다. 그 증거물이 얘다", "얘 태명이 CL이다. Car Love"라거나 "내가 20살 연상이지만 정력이 달리면 과연 내 옆에 살겠나. 정력 하나 믿고 사는 거다"라는 등 성적인 뉘앙스의 표현이 등장했다. 대형 스크린에는 `속궁합`이라는 단어가 표기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연령등급은 `15세이상시청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7일 이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 등급의 징계를 내렸다.
방심위는 "건전한 시민정신과 생활기풍 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15세이상시청가` 등급으로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한 것은 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 발달 과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라며 "부부간의 성에 대한 내용을 선정적으로 표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 `전성시대` =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 인기다.
2007년 SBS의 `스타킹`을 필두로 tvN `화성인 바이러스`와 `화성인 엑스 파일`,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SBS `짝`까지 많은 일반인 출연자들이 연예인을 대신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일반인 출연자의 가장 큰 무기는 참신함과 솔직함. 이미지를 의식해 `뻔한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 출연자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1인 미디어의 발달로 영상매체에 출연하는 일반인의 부담감이 줄어들었다"며 "프로그램의 형식만 정해져 있으면 매번 새로운 이야기로 꾸려나갈 수 있다"고 짚었다.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의 이예지 PD도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연예인과 달리 방송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연예인은 한 번 출연하면 소재가 고갈돼 1-2년간 다시 출연시키기 어렵다"며 "프로그램이 인지도 있는 연예인의 섭외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넘쳐나는 자극적·선정적 소재..`눈살` = 시청률 1%에 울고 웃는 제작진 처지에서 `통통 튀는` 일반인 출연자는 분명 반가운 존재다. 그러나 기존 연예인 위주의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출연자의 자극적·선정적 사연을 그대로 소개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다.
케이블 채널 tvN의 인기 프로그램 `화성인 엑스 파일`은 지난 5월 1일 사계절 내내 노출 패션을 즐긴다는 `란제리녀`를 소개했다.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깊게 팬 윗도리에 가터벨트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과 이에 경악하는 시민들의 표정을 보여줬다.
출연자는 짧은 상의에 달린 지퍼를 아슬아슬하게 내리는 시늉을 하며 "원래 이 정도까지 내리는데 방송상 올린거다"라며 "방송이 19세 등급이라면 그냥 내릴 거다"라고 말했다.
출연자가 자신의 방을 공개하는 장면에서는 "화성인의 방에 빨간 조명이라도 있을 줄 알았느냐"는 내레이션까지 나왔다.
비슷한 콘셉트의 tvN `화성인 바이러스`도 종이를 먹는 `A4쌈녀`, 남자친구가 매주 바뀐다는 `1주일 남자 환승녀`, 비듬·각질·눈곱·귀지까지 먹는다는 `노폐물 흡입남` 등 자극적인 소재의 출연자 때문에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일부 지상파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는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19금` 성교육을 시킨다는 사연을 가진 출연자가 등장했다.
MC는 사연을 소개하면서 "나는 7살 때부터 부모님과 성인영화를 봤다", "아빠는 말이다 중학교 때 자위를 했어요", "우리 딸 남자친구 있는 거 알아. 남자친구랑 호텔 가봤니?" 등의 표현을 썼다. 동시에 화면에서는 `의미심장`, `파워질문` 등의 자막이 등장했다.
프로그램은 이후 출연자에게 얽힌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했지만, 밤 11시 온 가족이 시청하는 `황금시간대`의 소재로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케이블 TV 프로그램의 경우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더 드러내는 수도 있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1회성 소모품처럼 방송에 희생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며 "`안녕하세요`처럼 함께 출연한 가족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것도 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 지난 4일 방송된 SBS `짝` 말레이시아 특집 편에서는 남녀 출연자들이 비키니를 입고 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선정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짝`의 연출을 맡은 SBS 남규홍 PD는 "제작진이 사전에 비키니를 가져오라는 요구를 한 적은 없다"며 "여성 출연자들이 스스로 수영복으로 비키니를 골라 가져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짝`은 7일 동안 남녀가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요즘 세대가 사랑하는 방식을 조명하려는 프로그램의 의도보다 출연자 개인의 신상이나 특정 장면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의 이예지 PD도 "전체의 맥락을 보지 못한 채 특정 부분만 두드러지는 면이 있다"며 "일반인 출연자의 경우, 여론에 크게 상처받는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에 좀 더 주목해달라는 당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도 연예인 프로그램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선정적 소재의 종류·정도·노출 시간이 다른 만큼 심의 위원들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