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은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 가운데 한국에 최고의 `효자 종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팀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은메달 획득을 시작으로 1996년 애틀랜타까지 4회 연속 결승에 오르는 등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남자팀도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했다. 특히 여자팀이 2004년 아테네 대회 결승에서 덴마크와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아쉽게 은메달에 그친 사연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온 국민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강재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팀은 최근 3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하고 최석재 감독의 남자팀은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24년 만에 메달권 진입을 노린다. 일단 조 편성은 `최악`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불리하다. 여자부에서 한국은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덴마크는 1996년 애틀랜타부터 2004년 아테네까지 올림픽 3연패를 이뤘고 노르웨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1년 브라질 세계선수권대회를 휩쓴 강호다. 또 스웨덴은 2010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어느 한 팀 만만히 볼 상대가 없다. 남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페인, 크로아티아, 헝가리, 세르비아, 덴마크 등 유럽의 강팀들과 B조로 묶였다. 해볼 만하다고 여긴 튀니지, 아르헨티나, 영국 등은 프랑스, 스웨덴, 아이슬란드와 함께 A조로 몰렸다. 경기 방식은 남녀가 똑같이 조별리그 상위 4개국이 8강에 올라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따라서 조별리그에서 세계적인 강팀들과 맞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8강에 가서는 수월한 상대를 만날 수도 있다. 조별리그를 1위 또는 2위로 마칠 경우 상대적으로 전력이 처지는 상대편 조의 3위나 4위와 8강을 치르기 때문이다. 유럽의 강팀들이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면 아예 일찍 상대해 8강 이후를 도모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자대표팀의 키 플레이어는 `월드 스타` 윤경신(39)이다.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은 윤경신은 전 종목을 통틀어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령이자 최장신(203㎝)이다. 20년 전인 바르셀로나 대회 때 처음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윤경신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에 이어 다섯 번째 올림픽에 나서 한국 선수 가운데 올림픽 최다 출전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윤경신은 아직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해 사실상의 은퇴 무대가 될 이번 올림픽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벼르고 있다. 여자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나이 많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아줌마 부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도 김정심(36·SK루브리컨츠), 문경하(32·경남개발공사), 우선희(34·삼척시청) 등 베테랑들이 발탁됐다. 여기에 김온아(24·인천시체육회), 유은희(22·인천시체육회), 이은비(22·부산시설관리공단) 등이 가세해 어느 정도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16강에서 앙골라에 져 8강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그때의 뼈아픈 기억을 보약으로 삼아 이번 올림픽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국 남녀 핸드볼이 런던 올림픽에서 최악의 조 편성을 극복하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다시 연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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