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13개월 만에 내리면서 거시경제정책이 경기부양 쪽으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을 돌아 이탈리아로 확산할 조짐인데다 국내 경기도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는 유로존 재정위기로 수출이 둔화하고 내수까지 침체 기미를 보이면서 경제의 양대 기둥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는 상황 인식이 반영됐다. 경제의 하방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제로 금리를 내림으로써 침체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기획재정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한국은행이 경기상황, 물가,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내린 결정으로 이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의 하방위험 차단에 나섰지만, 정부는 대표적 부양책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기본적으로 현 위기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고 상시화·장기화 양상을 띠기 때문에 대규모의 일시적 확장정책을 폈다가는 재정 여력의 고갈로 정작 `실탄`이 필요한 시기가 닥치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또 경제활력이 다소 약화했지만 현 상황이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의 요건 중 하나인 경기침체의 우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성장세가 더 꺾이더라도 추경을 편성해 집행해서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 차가 존재한다는 이유도 있다.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은 대체로 경기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 이미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이미 여러 가용재원을 끌어모은 재정투자로 경기보완적인 기능을 보강한 것도 `추경 시기상조론`의 한 축이다. 정부가 하반기에 끌어다 쓰겠다는 재정투자 총액 8조 5천억 원은 웬만한 추경 규모를 넘는다. 정부는 이런 재정투자 보강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연간 0.25%포인트 끌어올리는 이론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대선을 앞두고 `레임덕`이 시작된 정치지형에서 현 정부가 추경을 추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당분간 추경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금리 인하와 재정 투자라는 통화·재정정책 외에 각종 규제를 푸는 미시대책을 쓸 수 있지만, 이미 5·10 부동산대책 등을 통해 규제를 풀 대로 푼 상황이라 추가 규제 완화가 여의치 않다. 건설업계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음에도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금융·거시경제 전반에 위험요인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DTI에 손을 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앞다퉈 증세론을 주장하는 분위기에서 조세정책이 경기의 부양에 기여할 여지는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현 정부의 마지막 세법개정안은 내달초 발표될 예정이다. 따라서 거시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이 경기의 `보완` 내지는 `지탱`에서 `부양`으로 옮겨지더라도 180도 전환보다는 `미세조정`에 그칠 공산이 현재로선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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