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최초의 문민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실권을 쥐고 있는 이집트 군부는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과거 `터키형 통치 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형 모델은 문민정부로 하여금 민주정이라는 외양은 유지하도록 허용하면서 군부가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는 형태다. 이 같은 모델은 오늘날 터키인의 대다수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군부의 매서운 눈초리 아래에서 민간인이 정책을 집행한 터키에서 통용됐던 것이다. 이집트의 대통령 당선인인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측과 군부는 현재 막후에서 권력 배분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군부는 입법권을 갖고 있고 새 헌법을 기초하는 과정을 통제하는데다 외교 정책과 안보에 대한 최종 발언권을 갖고 있다. 이런 구도의 씨앗은 이미 지난해 2월 장기 독재자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되면서부터 뿌려졌다. 당시 이집트 장성들은 터키의 1982년 헌법을 이집트 국어인 아랍어로 번역할 것을 지시했다고 뉴욕에 본부를 둔 미국외교협회(CFR)의 중동 전문가인 스티븐 쿡이 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 후 이집트 과도기에 핵심 역할을 한 정치인 와히드 압델-마귀드도 후세인 탄타위 원수를 비롯한 군 최고위원회(SCAF) 장성들이 터키형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는데 동의한다. 압델 마귀드는 "장성들이 헌법에서 행정부와 독립되고, 오히려 그보다 힘이 센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자 한다"며 "(군부가) 미래의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군부가 이처럼 장기 통치를 꾀하는 것은 약 60년 전 왕정 타파 후 장성들이 이 나라의 실질적 통치자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이전 대통령 4명 모두가 군 출신인데다 최근 군부는 이집트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경제제국까지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군부가 모델로 삼고자 하는 터키 자체가 지난 10년간 변했다. 터키에서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은 온건 이슬람주의자들이 운용하는 정부에 의해 분쇄됐다. 터키 정부는 세속주의 민주정을 표방하면서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따라서 이집트가 오늘날 터키와 같이 군부의 역할이 국방에 한정되고 정부가 폭넓은 지지기반을 갖춘 정치 체제를 갖추려면, 대선 집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오랫동안 꿈꿔온 이슬람 샤리아 율법 체제를 포기하고 온건 노선을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무슬림 국가인 이집트에서 기독교도를 비롯한 다른 소수파들은 이슬람주의자들의 발흥을 두려워하면서 `정치에 있어 군부의 역할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 대척점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압델 마귀드는 "무르시 당선인이 이슬람주의자들을 무서워하는 이집트인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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