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골 마을 출신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전통민요단이 상업성과 화려함으로 유명한 `유로비전(Eurovision)` 국제가요제에서 준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러시아 중부 우드무르티야 자치공화국의 조그만 시골마을 `브라노보` 출신의 전통민요단 `브라노프스키예 바부쉬키(브라노보의 할머니들)`가 2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로비전-2012 송 콘테스트 결선에서 스웨덴 가스 로린(2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브라노프스키예 바부쉬키 민요단은 최연소 단원이 54세인 할머니들로만 구성된 8인조 그룹으로 이번 가요제엔 주최 측 요청으로 6명만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지은 가사에 러시아 유명 작곡가 빅토르 드로비슈가 곡을 붙인 민요풍의 가요 `모두를 위한 잔치(Party for Everybody)`를 우드무르티야 토착어와 영어로 불러 유럽 지역 42개국 대표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사의 내용은 러시아의 전통 시골집에서 할머니들이 난로 불을 지피고 밀가루 반죽을 하며 밖에 나가 노는 아이들이 돌아오면 맛있는 저녁을 함께하고 춤을 추며 즐겁게 지내기를 기다리는 정겨운 시골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한 편의 시를 연상케 하는 서정적 가사와 러시아 전통옷을 차려입은 할머니들의 순박한 춤이 어우러진 차별화된 공연에 42개국을 대표한 심사위원들이 259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주면서 민요단은 26개국 출신의 쟁쟁한 젊은 가수들을 제치고 2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인구 150만명의 우드무르티야 공화국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주도인 이제프스크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가요제 결선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할머니 민요단이 준우승을 거머쥐자 환호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드무르티야 공화국의 알렉산드르 볼코프 대통령은 민요단이 공화국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며 할머니 단원들에게 `인민예술가` 칭호를 부여했다.
브라노프스키예 바부쉬키 단원들은 준우승 부상으로 받은 상금을 고향인 브라노보 마을의 러시아 정교회 사원을 수리하는데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1956년 창설된 유로비전 음악제는 상업성이 강한 저급문화 행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매년 가요제를 생중계하는 TV 화면 앞으로 1억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대규모 음악 축제다. 모스크바=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