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개막된 시카고에 반전 운동가들이 모여 나토 해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전쟁, 환경 및 기후변화 문제, 그리고 노동조합 권리 축소 등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미 전역에서 모여든 수 천명의 시위대는 이날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집회를 갖고 나토정상회의가 열리는 미시간호변의 맥코믹플레이스 컨벤션센터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번 회의에서 나토회원국과 협력국 정상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유럽 미사일 방어체제 등 국제 안보 대책을 논의한다.
시위 참가자들은 "나토는 63년 전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 연안국들이 소련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만든 기구였으나 소련 해체 후 그 성격이 변질됐다"며 나토 해체를 촉구했다.
한 시위참가자는 "기본적으로 나토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는 기구"라면서 "냉전 종식 후 나토는 1%의 지배계층과 1%의 자본주의자들을 위한 세력이 됐다"고 규탄했다.
평화운동가들과 참전용사들을 포함한 일부 시위대는 경제 문제를 부각시켰다.
시위대는 "전쟁은 곧 부채다(War equals Debt)", "나토는 각각 제 나라로(NATO, Go Home!)"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미국에서 워싱턴 D.C. 이외의 도시가 나토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카고 경찰은 미 연방 비밀경호국과 함께 지난 수 개월에 걸쳐 보안대책을 마련하고 회의장소인 맥코믹플레이스에 방어벽을 쌓는 등 경계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날 모인 시위대는 예상에 비해 규모가 작았으며 하나의 절실한 이슈로 단결되지도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폭스뉴스는 "지난 2006년 시카고에서 열린 반이민 항의시위에는 미 전역에서 약 50만명이 참여한 바 있다"고 비교했다.
애초 이번 시위에는 수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애초 시카고에서 공동 개최할 것으로 발표했던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를 돌연 메릴랜드 주의 대통령 전용별장 캠프 데이비드로 옮겨가면서 시위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초반 시위대는 비교적 평화롭게 가두행진을 벌였다. 일부 시위자들이 경찰을 향해 물병 등을 집어 던지고 경찰이 반격을 가하면서 주먹싸움이 일기도 했으나 곧 잦아졌다.
갑자기 32℃까지 치솟은 높은 기온이 시위대의 안전을 위협하게 되자 시카고 시는 4km에 이르는 가두행진 구간에 휴식장소를 마련하고 물과 냉방버스 등을 공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진 말미에 시위대가 회의 개최장소인 맥코믹플레이스에 접근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 유혈 시위로 끝을 맺었다.
경찰은 "한 그룹이 폭동을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일부 시위자들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에서는 이에 앞서 지난 14일부터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졌다.일부는 오바마 재선본부와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 자택, 나토회원국 영사관 등을 목표로 시위를 벌였다.
지난 16일에는 플로리다, 뉴햄프셔 주 등의 점령시위대에서 활동하던 3명의 남성이 오바마 재선본부와 이매뉴얼 시장 자택을 주 목표로 화염병 테러 공격을 모의하다 구속 기소됐다. 또 20일에는 시카고 출신 남성 2명이 폭발물 제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 당국이 시위대에 공포분위기를 조성, 시위 참여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수단으로 이들을 체포했다면서 `함정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