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정상들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유럽 미사일 방어시스템(MD)의 1단계 조치에 착수했다. 그동안 미국 주도의 MD에 반대해온 러시아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여 미-러 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MD의 첫 단계로 요격기를 탑재한 채 지중해에 배치된 미 전함과 터키 소재 레이더 시스템의 통제권을 독일 나토 사령부가 갖도록 결정했다. 이런 첫 단계 조치들은 적국의 미사일 공격에 맞서 나토 회원국이 매우 제한된 수준의 방어력을 갖추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나토의 MD 계획은 4단계에 걸쳐 오는 2018년에나 전체적인 실행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스페인 로타항에 미국의 이지스함 4척이 주둔하고 폴란드와 루마니아에는 미국의 SM-3 미사일이 배치될 예정이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러시아와의 대화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정상들도 선언문에서 이번 MD 계획이 러시아에 대항하거나 러시아의 전략적 억지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아나톨리 안토노프 국방차관은 이날도 전략적 균형관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나토의 MD 계획 강행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러시아와 나토가 MD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나토가 MD 시스템을 강행하면 나토 회원국과 인접한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방공)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해왔다. 특히 나토의 이번 결정은 최근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양국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反) 푸틴 시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비난하고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불참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오는 9월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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