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오바마 들불 낸 것…올리는 만큼 깎아야”
1조2천억달러의 미국 연방 정부 재정적자를 해결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 정치권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정부 채무 상한선을 또 한 번 올리는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국가 채무는 지난 10년간 거의 3배로 늘어 현재 15조6천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연말까지는 대출 상한선인 16조4천억달러에 거의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과 정부 측은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내세워 공화당을 압박했고 공화당과 대통령 후보로 거의 확정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이를 강력히 비난했다.
오바마는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을 거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까지 몰아넣고 유사 이래 첫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초래했던 지난해 여름의 `채무 상한 조정 싸움`을 되풀이한다면 참지 않겠다며 진지하고 초당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는 단순히 정당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위해 미국과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이 빚을 갚고 신용등급을 지키는 것이 의회의 책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의 이런 경고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인 존 베이너가 전날 한 그룹을 대상으로 한 연례 회견에서 채무 한도 증액은 반드시 1달러까지 똑같은 액수의 지출 축소와 맞춰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베이너는 오바마와 만난 자리에서도 채무에 대해 뭔가 심각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채무 한도 상향조정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롬니도 전날 베이너 편을 들었다.
그는 격전지인 아이오와주 선거 유세에서 "워싱턴이 너무 많은 돈을 지출했고, 새 대통령(오바마)이 채무라는 들불(prairie fire)을 끄려는 아무 노력도 않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롬니는 "들불이 아이오와와 나라 전체를 휩쓸고 집과 아이들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도 오바마 정부는 불을 끄기는커녕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빌려 오히려 더 확산시켰다"고 주장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에 대해 같은 날 미국 경제가 이미 `재정 절벽`(fiscal cliff)이 미칠 여파를 감지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법적 채무 한도를 또 상향조정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임무는 국가의 의무에 부응하는 것이고 국가 신용등급을 지키는 것이며 의문을 제기하거나 위반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임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지난해처럼 국가에 고통이나 피해를 주지 않고 채무 상한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양당은 채무 한도 증액과 관련한 전쟁을 벌인 결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AAA`이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깎였다.
더욱이 의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 시행한 세제 혜택과 오바마 정부가 단행한 근로자 급여세 임시 감면 조치의 만료, 국방 예산 등의 자동 삭감 이행 등 여러 난제를 남겨두고 있다.
베이너는 갑작스런 세금 인상이 경제에 줄 충격을 고려해 `부시 감세` 안건도 11월6일 대선 이전에 하원에서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과 오바마는 부유층 중과세 등을 통해 재정적자 문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연간 1조달러에 달하는 적자 부담이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