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애보리진(호주 원주민) 정착 마을의 비참한 실상이 재조명되면서 호주 사회의 오랜 치부인 애보리진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이 비참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투멜라 지역 애보리진의 실상을 조명하면서 주정부가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투멜라 지역을 관할하는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 담당자들과 투멜라 거주민들은 최근 3주간 이 지역에 만연한 가난과 폭력, 약물남용, 열악한 의료환경, 높은 실업률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주정부가 조성한 애보리진 정착촌인 투멜라는 지난 1987년 전직 연방법원 법관인 마커스 아인펠트가 이끄는 인권단체 책임자들이 조사를 위해 방문했을 당시 거주민 500명이 하나의 수도꼭지를 나눠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으나 25년이 지난 지금도 나아진 것이 전혀 없는 상태다.
당시 아인펠트는 애보리진 아이들이 더러운 하수 속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투멜라의 비참한 실상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NSW 주정부의 애보리진 담당 장관인 빅토르 도미넬로는 "투멜라의 실상은 충격적이며 가슴이 찢어질 듯하다"며 "어떤 정부나 사회도 (투멜라의 실상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NSW 주정부는 투멜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마을 전체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키거나 불도저로 마을 전체를 밀어버린 뒤 새로 건설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애보리진 문제가 단번에 해결된다고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북부 준주(準州)에서 그같은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주의 애보리진들은 백인 정부에 의해 200년 가까이 시행돼온 박해와 차별정책으로 인해 거주지와 정체성을 박탈당하고 가정이 파괴되다시피 해 낮은 진학률과 높은 실업률에 따른 약물중독, 자살, 폭력 등에 시달리며 호주 사회의 최하층민을 형성하고 있다.
NSW 주정부의 한 관리는 "투멜라는 60개 이상의 정부 및 비정부기구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실상은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장소 중 하나"라며 "거주민을 모두 이주시키는 방법밖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