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22장에는 ‘曲則全, 枉則直(곡즉전, 왕즉직. 굽으면 온전해지고, 구부리면 곧게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노자가 아니더라도 “강하면 부러지고 곧으면 휘어진다”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곧게 자란 금강송(金剛松)은 궁궐을 비롯해 사찰·주택용 목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재목이다.하지만 작금의 추세는 키가 낮고 몸통과 줄기가 구불구불하게 뒤틀린 못생긴 안강송(安康松)이 대세다.안강송이 뜨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고 수려한 곡선미가 친근감을 주기 때문이지 아닐까?직선은 군인과 법률가를 연상시킨다면 곡선은 문학가와 예술가를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이러한 연유로 안강송은 관상용 조경수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곧게 자라는 금강송과는 달리 구불구불한 안강송 명칭도 사적 제30호로 지정된 흥덕왕릉 소재지인 경주시 안강읍에서 따온 것이다.지난 6일 밤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 소재 흥덕왕릉 앞을 지키고 있던 빼어난 자태를 뽐내던 수백 년 된 안강송 한 그루가 세차게 내린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본보 8일자 4면 참고).흥덕왕릉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장맛비로 지반이 연약한데다 이날 밤 내린 폭우로 쓰러졌다고 했다.신라의 42대 임금인 흥덕왕(興德王 재위 826∼836년)은 명장 장보고로 하여금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남해와 서해를 방어케 했고, 당으로부터 가져온 차(茶) 종자를 지리산에 심어 재배토록 해 차 문화를 대중화시킨 어진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성군이다.지금까지 온전하게 잘 보존된 흥덕왕릉 주변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안강송 군락지다. 경주시 배동 경주남산 자락에 자리한 사적 제219호 삼릉의 소나무도 안강송이며 경주지역의 대부분 소나무 군락지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봐도 무방하다.수만 그루의 소나무 중 한 그루가 쓰러졌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경주시는 최양식 경주시장과 박차양 사적공원관리사무소장 등 관련 공무원과 지역의 조경전문가들이 합심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소나무를 꼭 살린다고 한다.필자는 이러한 호들갑(?)에 대해 박수 받을 만한 일이라고 칭찬하고 싶다.안강송은 경주를 상징하는 자산이다.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이 훌륭한 자산을 후손에게 물려줄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경주는 수많은 문화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의 보고다. 그래서 연중 천만 명이 훨씬 넘는 국내외관광객들이 경주를 찾고 있지만 우리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안강송에 대해 아는 이는 드물다.쓰러진 소나무를 되살리겠다는 경주시의 노고에 대해 경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아울러 이번 사고를 교훈삼아 안강송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를 삼기를 경주시에 바란다.이참에 ‘못난 소나무가 고향선산을 지킨다’는 우리속담을 되새겨본다.[경상매일신문=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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