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천이 봄을 열고 사람들은 새봄을 맞으며 한 해의 살림살이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삼라만상이 봄 향을 풀풀 날리며 꽃을 피우는 동안 사람들은 뭍과 바다에서 싱싱한 노동을 풀어놓는다. 4월의 울진은 ‘미역 세상’이다. 울진사람들에게 미역은 생명을 버팀 해준 소중한 먹을거리이자 환금작물이었다. 지난 1960년대 먹을거리가 턱없이 부족했던 보릿고개 시절, 미역은 울진사람들의 생명을 지켜준 유일한 생명초였다. 돌미역(자연산 미역)은 바다 속 1.5~20m 내외의 바위군락에서 자란다. 이를 ‘미역짬’이라 부른다. 미역짬은 울진 연안 해촌 주민들에게는 목숨처럼 소중한 ‘텃밭’이다. 지금도 1,500명의 어민들이 어촌계를 구성하여 ‘미역 짬’을 자식처럼 소중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 해 미역농사는 바람이 결정한다. 바람의 정도와 방향이 미역 생장과 건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자연산 미역’의 품질을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울진지방, 특히 울진군 북면 나곡리 ‘고포마을’은 4월 경 태백 준령을 넘어 동해로 불어오는 높새바람의 나들목에 있다. 미역의 생장과 품질을 결정하는 높새바람의 길목에 있는 고포마을을 비롯 동해연안 울진 해촌(海村)은 4월 중순부터 5월 말에 이르는 한 달 가량 동안은 미역 채취와 건조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낸다. 자연산 미역 생산은 ‘미역 채취-운반-채발에 미역 널기-미역 뒤집기-건조-미역 잠재우기-출하’의 순으로 치러지며, 대개 1개월여 정도 소요된다. 미역 건조시기에 ‘하늬바람(높새)’이 제 때에 불어와야 양질의 자연산 미역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울진연안서 생산된 자연산 미역은 103톤에 이르며, 37억5000만 원의 어가 소득을 올렸다. 전국 최고의 품질로 각광받는 `고포 미역’은 1단(20올 기준)에 25만 원을 호가했다. 올해의 경우, 예년의 같은 시기에 비해 작황이 50% 수준에 머물러 어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대천(63ㆍ울진군 북면 나곡6리) 고포마을 어촌계장은 “미역 포자 착상기에 강원도 호산 인근의 LNG 기지 공사의 영향으로 탁류가 많이 유입됐다”며 “작년에 비해 작황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김경호기자 kimgh@ksmnews.co.kr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