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채굴작업과 차량 통행 등 현대의 각종 산업 소음이 동물 뿐 아니라 식물에까지 장기적인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21일 보도했다. 이런 소음들이 조류를 비롯한 동물의 개체수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미국 국립진화종합센터(NESCent)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식물도 수십년간 지속되는 변화를 겪어 결국 생태계 전체의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영국 생물학회지 프로시딩스 B.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소음이 생태계 전체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보기 위해 천연가스 채굴 시설 밀집 지역과 가까운 멕시코 북서부의 래틀스네이크 캐니언 야생 동식물 보호지구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일련의 실험을 했다. 이 지역은 수천개의 가스전에서 밤낮없이 들려오는 압축기와 운반 차량의 소음이 바로 옆에서 청소기를 돌릴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들리는 곳이다. 연구진은 소음이 심한 지역에 5개의 실험 구역을 조성해 구역마다 포기당 꽃이 3송이씩 달린 5포기의 붉은 조화(造花)를 심어 놓았다. 이 지역에 흔한 스칼렛 길리아와 비슷한 꽃들에는 일정량의 설탕물로 채워진 작은 튜브가 들어 있어 검은뺨벌새들이 즐겨먹는 꽃꿀의 역할을 대신했다. 연구진은 구역간 꽃가루 이동량을 측정하기 위해 매 구역 당 한 포기의 꽃에 각기 색깔이 다른 인조 꽃가루를 뿌려 놓았다. 연구진은 이처럼 시끄러운 구역과 여기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곳에서 벌새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비교했다. 벌새들은 조용한 곳보다는 시끄러운 곳에서 5배나 더 왕래했고 그 결과 시끄러운 곳에서는 가짜 꽃가루가 훨씬 많이 옮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식물에게는 좋은 일이다. 벌새들은 천적인 어치가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기 때문에 반대로 시끄러운 곳에서 주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여기까지는 학자들의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이 지역에 서식하는 미국잣나무(Pinus edulis)에서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조용한 곳의 잣나무 묘목 수가 시끄러운 곳에 비해 4배나 많은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잣을 파 먹는 동물들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치는 잣을 파서 나중에 먹으려고 땅에 묻어 놓지만 찾지 않는 것이 많아 상당수가 싹을 틔우고 결국 잣나무가 퍼지게 된다. 따라서 소음을 싫어하는 어치가 주로 찾는 조용한 잣나무 숲은 점점 우거지게 된다. 반면 생쥐들은 시끄러운 곳을 좋아해 시끄러운 잣나무 숲에서 잣을 파 먹지만 대부분의 열매가 뱃속에서 소화되기 때문에 나무의 번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끄러운 곳에서는 점점 잣나무가 줄어들게 되고 균류와 곤충, 식물, 포유류, 조류 등 수백 종의 동식물이 잣나무 숲에 의지해 살아가기 때문에 이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연구진은 잣나무 묘목이 자라 큰 나무가 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린다면서 " 수십년, 어쩌면 가스전이 사라진 뒤 한참 지나서야 소음이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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